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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고도원의 아침편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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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우리는
두꺼운 잠바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예뻤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새하얀 눈밭으로
변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언니, 이거 봐."
동생은 하얀 눈밭에 하트를 그렸다.


- 구본순의 《지수》 중에서 -


*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아련한 기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지금 눈밭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 현재인데
기억은 먼 과거로 되돌아가 어린 시절
예쁜 추억 속으로 빨려 듭니다. 현재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중첩되고,
과거는 현재 속으로 들어와
새하얗게 되살아납니다.
놀라운 생명력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주는 선물


헌책방에 새로 들어온
책을 정리할 때 나는 가장 설렌다.
누군가의 손을 거친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슨한 질감,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속에서
때때로 발견하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 때문이다.
새 책은 공장에서 태어나 곧장 서점으로 오는 것이라
아직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상태다. 읽은 사람이
없는 책은 아직 책이 아니다. 책은 누군가가
읽었을 때 비로소 책이 된다. 읽히지 않은
책은 글자가 적힌 종이뭉치일 뿐이다.


- 윤성근의 《헌책방 기담 수집가》 중에서 -


* 낯선 거리에서
헌책방을 만나면 아주 반갑습니다.
켜켜이 쌓인 헌 책들 사이에서 보물을 발견하면
횡재라도 한 느낌입니다. 더구나 저자의 사인이나
읽은 이의 밑줄이라도 보게 되면 비밀을 훔쳐본 것처럼
설레기도 합니다. 저자가 쓴 글을 매개로
낯선 이와 만나 친구가 된 듯합니다.
헌 책이 주는 선물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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